얼마전 장애인 최초로 히말라야 8천미터이상 14봉을 완등한 김홍빈 대장의 사망소식이 전해졌다. 그는 1991년 북미 최고봉인 매킨리 (6194m)에서 열 손가락을 잃고도 도전을 계속해서 마침내 2021년 7월 18일 브로드피크 (8,047m)를 마지막으로 위대한 등정을 마무리하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기록을 세우고 내려오던 중 조난당해 결국 히말라야 품에 잠들었다.
산은 정복의 대상이 아니라고 하지만 사람들에게 ‘최초’ ‘완등’이라는 수식어는 유혹일 수 밖에 없다. 그래서일까 최근 넷플릭스에 소개된 네팔 산악인 님스 푸르자의 ‘Project Possible’은 놀랍지 않을 수 없다. 불과 7개월만에 14봉을 완등한 것이다. 이전까지 최단 기록은 한국의 故 김창호씨가 무산소 완등으로 7년이 걸렸고, 세계 최초로 무산소 완등한 이태리 라인홀트 메스너는 16년이나 걸렸기 때문이다. 물론 님스는 단기간에 도전하려면 빠른 회복이 필요해 8천미터 이상에서는 인공산소를 이용했고, 베이스 캠프까지 헬기도 이용했다. 그래서 등산을 스포츠의 기록 단축처럼 생각했다고 폄하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무명 산악인이었던 그가 연금을 받으며 편안히 생활할 수 있던 군인 신분을 포기하면서까지 왜 무모한 도전에 나섰는가이다. 선진국 등반가들은 셰르파들이 개척한 길과 그들이 설치한 로프를 따라 정상에 오르고도 자신만을 영웅으로 생각한다. 마치 트로피 사냥을 떠올리게 한다. 그건 잘못이다.
그래서 그는 네팔인들이 진정한 세계 최고의 산악인이란 걸 증명하고 싶었고 목숨을 걸고 그것을 증명한 것이다. 비난하는 사람들을 향해서는 자신이 했던 일을 똑같이 할 수 있냐며 반문한다. 그리고 자신이 서구 등반가였다면 훨씬 더 주목받았을 것이라며, 다음엔 더 놀라운 목표에 도전하겠다고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기도 했다.
그렇다. 목표는 달성 자체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것의 목적을 생각해야 한다. 만약 목적이 분명하지 않다면 욕망일 뿐이고, 욕망은 편법도 불사할 것이다. 이제 새로운 1년이다. 달성하고 났을 때 사람들에게 박수 받을 수 있는 목표에 도전해 보자.
(■ 강래경: www.connect value.net 수석자문위원, 고려대-이화여대 평생교육원 코칭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