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이 시작하는 봄이 왔다. 그래서 일까 봄에는 늘 ‘새 봄’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새로움에 걸맞는 긴장감을 강조하는 것이거나 첫 단추를 잘 꿰면 나머지도 순조로울 거란 바람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다가올 여름도, 가을도, 겨울도 시간은 언제나 새로울 뿐이다.
2018년 네덜란드 방송인이자 작가인 에밀 라텔반트는 나이를 변경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당시 법적 나이는 69세(49년생)였는데 본인이 느끼는 신체적, 정신적 나이가 49세니까 성(性)을 바꾸는 트랜스젠더처럼 나이도 바꿔 달라는 것이었다.
그가 원하는 건 태어난 날을 1969년으로 바꾸는 것이다. 그는 “나이 드는 게 두려운 게 아니다. 69세는 취업이나, 이성을 만나는데 한계가 있다. 나의 삶을 가능한 오랫동안 활용하고 싶다”고 주장했다. 결국 재판부는 49년부터 69년까지 살아 온 소년은 누구이며, 그를 키운 부모는 어떻게 되는 것이냐며 기각 판결을 내렸다.
기발한 소송이지만 이기적이기도 하다. 모든 조건이 20년전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나이만 줄이면 동년배들에 비해 훨씬 성숙할 것이고 현명하게 살 수 있을 것이다. 마치 아마추어팀에 산전수전 다 겪는 프로 선수가 참여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공정한 게임이 될 리 없다.
아직 시간을 되돌리는 기술은 없다. 설사 되돌린다고 해도 시간만 그렇게 될 리 없다. 그 시간 속 기억과 경험도 사라지게 될 것이다. 따라서 새 봄이 온다고, 결심한다고 달라질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새롭게 행동하지 않는다면 그 이전의 겨울, 가을, 여름의 모습이 이어질 뿐이다.
혹시라도 1년만 젊었더라면, 아니면 작년에 했으면 좋았을 걸이라고 후회되는 일이 있는 사람이 있다면 꼭 해주고 싶은 얘기가 있다. “나를 정의하는 것은 내가 하고 있는 생각이 아니라, 내가 하는 행동이다 (It is not who I am underneath, but what I do, that defines me)”라던 배트맨 영화의 대사이다. (■ 강래경: www.connect value.net 수석교수, (사)한국강사협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