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가 조마조마하다. 전쟁과 같은 불안 요인도 있지만, 무엇보다 중국의 경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명품 브랜드들이 적극적인 공세에 나섰다. 베르사체와 버버리의 중국 내 평균 할인율이 금년들어 50% 이상이라는 보도도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정상가 판매다. 오히려 1년에 2-3번씩 가격을 올린 브랜드도 많다. 명품시장의 호구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잘 팔리니까 당연한 것이고, 되팔아도 (resell) 이익이라는 ‘샤테크 (샤넬+재테크)’까지 사람들의 욕망을 부추긴다.
마테팅 전문가들은 우리 시장이 N극화되었다고 진단한다. 10인10색으로 다양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자기 취향과 개성을 중시하는 초개인화 현상 때문으로, 한마디로 남을 의식하지 않고 자기 멋대로 산다는 것이다.
그런데 명품시장은 이해할 수 없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명품 워너비 (wannabe)와 극혐오로 양극화하지만 워너비 브랜드는 단극화 (경쟁우위로 시장을 독식하는 현상)에 가깝다.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 의상이고, 장신구인데 같은 브랜드, 같은 제품의 트렌드를 추종하면서 ‘나 답게’를 외치는 것은 공허하다. 그들에게 명품은 남들처럼 살고 있다는 안도의 호신품이자, (안 갖는 것인지, 못갖는 것인지는 몰라도) 명품이 없는 사람과 자신을 구별하는 신분확인용 호패인 것이다.
특정 제품을 카피해서 만든 것을 유사품이라고 한다. 소위 짝퉁이다. 명품을 들었다고 사람이 명품이 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이 살아온 역사가 다르고, 현재의 삶이 다른데 같은 가방을 들었다고 똑같아 보일 수도, 똑같아 질 수도 없다.
2005년 스탠퍼드대학교 졸업식에서 스티브 잡스는 “다른 사람의 삶을 사느라 낭비하지 마세요. 도그마의 덫에 걸려서는 안 됩니다. 그것은 다른 사람이 만든 생각대로 사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성조기에 일장기까지 휘날리고 있는 태극기 부대들, 특정인의 책이나 강연을 듣고 원래부터 자기 생각이었던 것처럼 말하는 사람들, 언론의 얄팍한 꾀임에 조바심내며 빚끌, 영끌하는 사람들… 그들에게 ‘나답게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묻고 싶다.
(■ 강래경: www.connect value.net 수석교수, (사)한국강사협회 회장, Instagram @KANG.NAEKY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