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September 23,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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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래경 칼럼] 판타지 너머 진실을 보자

방 안의 코끼리 (the elephant in the room) 또는 800파운드 (약 362kg) 나가는 고릴라 라는 표현이 있다. 둘 다 조직의 침묵현상을 빗댄 것으로 커다란 덩치의 코끼리나 고릴라가 안보일리 없지만 모두 보이지 않는 척하는 것이다.

하지만 말하지 않는 이유는 제각각 이다. 첫째 말을 해도 개선되지 않기 때문에, 둘째 말한 사람 보고 해결하라고 할까 봐, 셋째 정확하게 설명할 수 없어서. 그래도 이런 이유라면 문제 자체는 알고는 있는 것이기 때문에 언젠가 해결가능성은 있다. 진짜 큰 문제는 정말로 문제를 못 보는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는 이런 상황을 원하거나 상황이 이렇게 되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이윤을 추구하려고 불법을 일삼는 대기업, 부귀영화를 위해 정의를 외면하는 법관, 이들과 한 통속이 되어 거짓 뉴스를 퍼뜨리는 언론, 그리고 주인공의 사이다 같은 반격 … 인기있는 드라마 속 이야기이다. 사회부조리를 다루는 것 같지만 지나치게 판타지 같아서 오히려 진실을 호도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울 때가 있다.

아라비아 상인들에게 낙타는 고마운 존재지만, 낙타의 성질이 고약해 등에 실은 짐과 사람을 내동댕이쳐서 낭패를 보기도 한다. 그래서 그들은 낙타를 길들이려고 (지금은 동물학대로 문제가 되겠지만) 길을 떠나기 전에 나무에 묶어 놓고 마구 때려 겁을 준다고 한다. 이후 잔뜩 화가 난 낙타에게 자신의 모자를 던져주면, 낙타는 주인 냄새가 밴 모자를 밤새 물어 뜯으며 화풀이를 한다. 그리고 다음날 낙타는 모자에게 앙갚음을 했기 때문에 순순히 말을 듣는다고 한다.

오늘도 우리를 화나게 하는 뉴스가 많다. 하지만 사람들의 분노는 선별적이다. 동일한 사안에도 상대편엔 엄격하고 자기편엔 관대하다. 그러면서도 공정과 정의가 무너졌다고 일관되게 비난한다. 아이러니하다.

우리는 화를 내는 만큼 문제를 제대로 보고 있는 걸까! 진짜 문제는 보지 못하고 가짜 문제에 열을 내는 것은 아닐까! 정작 코끼리나 고릴라 같은 자신들의 탐욕은 모른 체 하며 애꿎은 모자만 물어뜯고 있는 것은 아닌지 씁쓸하다. 이제 진실을 보자.

(강래경, www.connect value.net 수석교수, 고려대-이화여대 평생교육원 코칭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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