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정리하면서 올해의 영화, 노래, 사자성어 등을 선정하는데, 유행어는 ‘중꺾마’가 적격일 것 같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의 약자로, 롤드컵에 참가했던 김혁규 선수 (DRX데프트) 인터뷰에서 비롯되었다. DRX는 약체로 분류되었고 예상대로 첫 경기에서 유럽 강팀에게 패했다. (롤드컵이란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챔피언십과 월드컵을 합성해 만들어진 단어, 월드컵에 버금가는 세계대회 라는 의미로 롤드컵이라고 부름).
하지만 김 선수는 “저희 플레이를 잘하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고, 또 오늘 지긴 했지만 저희끼리만 안 무너지면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말했고 쿠키뉴스 문대찬 기자가 멋지게 제목을 뽑은 것이다. 그런데 DRX는 강팀들을 차례로 격파하며 기적같은 언더독 우승을 이뤄냈다.
또한 롤드컵 주제곡 Star Walkin 중에 “Don’t ever say it’s over if I’m breathing (내가 숨 쉬고 있는 한 절대 끝났다 말하지 마)”라는 가사와도 의미가 유사해서 팬들의 낭만을 자극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월드컵에서 극적인 16강 진출이라는 서사와 만나며 더욱 대중적인 힘을 가지게 되었다.
물론 롤드컵처럼 따뜻한 결론만 있는 것은 아니다. 코로나는 상수가 된 듯하고, 전쟁과 경제 갈등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10.29참사도 황당하지만 국가의 해결방식을 보면 실날 같은 희망마저 꺽인다. 그리고 정치인들의 말은 위로는 커녕 폭력이다. 갈등을 중재하지 않고 편가르고 자기 편들기만 한다.
축구경기가 진행될 때는 승자의 시간이지만 끝나고 나면 패자의 시간이다. 승자가 패자를 위로하는 것은 상식이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의 기득권은 그럴 마음이 없어 보인다. 여전히 자신들만의 시간이고 싶고 패배도 네 탓이라고 각인시키고 싶어 한다. 그렇다고 복수를 결심하지 말자. 승리만을 염원하는 것은 자신도 병들게 한다.
올해 최고 조회수를 기록한 유튜브는 소울리스좌 (영혼없이 souless 일하는 사람중 최고, 본좌, https://bit.ly/3F5Ruzr)이다. 놀이공원 알바생이 속사포랩으로 안내 멘트를 하는데 무심하지만 할 말을 정확히 전달하는 모습이 재미있다. 인기비결은 진짜 영혼이 없는 것이 아니라 반복되고 무미건조한 일상을 자기나름의 방식으로 견뎌내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가 한 해를 보내며 내년을 맞이할 자세가 아닐까!
(■ 강래경: www.connect value.net 수석교수, (사)한국강사협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