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발표에 의하면, 2023년 자살 시도 후 응급실로 실려온 사람은 3만665명으로 5년 사이에 75%나 증가했다. 이 가운데 11.4%에 이르는 3496명은 최소 두 차례 이상 자살을 시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죽음의 문턱에서 가까스로 돌아왔지만 다시 자살을 선택할 가능성이 일반인보다 25배 이상 높은 고위험군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25.2명으로 OECD 평균 10.7명의 2배이자, 20명을 넘은 유일한 국가다. 무려 25년째 자살률 1등이란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다. 심지어 미국 사회의 한인 자살률도 아시아계 전체 자살률의 2배에 이른다.
도대체 무엇이 우리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한국 특유의 ‘성공에 대한 압박감’을 원인으로 지목한다. 남들에게 번듯하게 보여야 하기 때문에 문제가 있어도 숨기기에 급급하다. 남들보다 잘 되어야 한다는 경쟁문화가 지배하는 것이다.
샌프란시스코 상징물인 금문교도 1937년 개통 이래로 2,000명 이상이 투신 자살한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가지고 있다. 결국 자살로 자녀를 잃은 유가족 단체가 20년 동안 끈질기게 문제 해결을 요구하면서 2023년에 자살방지그물망 공사를 끝냈다. 미관을 해친다는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았지만, 자살 예방 연구자들은 “시각적으로 억제 장치가 있으면 사람들이 투신하는 걸 막을 수 있다”는 사실로 그들을 설득했다.
사실 자살은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남아있는 가족들은 물론, 사회 전반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선진국들은 강력하고 구체적인 자살예방대책을 수립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심각성을 인식하고 ‘국민들의 정신건강 정책위원회’를 만들겠다고 대통령이 나서서 발표했다.
과거에도 자살 위기자들이 마음을 바꾸도록 마포대교 난간에 문구를 적어 놓은 적이 있다. – 잠시만요, 잠깐 고개 돌려봐요, 당신은 소중한 사람, 당신의 얘기를 잘 들어줄 거예요, 힘들었구나, 속상해 하지 마,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 등등 – 평온한 상태에서 보면 예쁘고 다정하고 좋은 말이지만 극단적 상태라고 가정했을 때는 공허하고 알맹이 없는 말 뿐이다. ‘헬조선’이란 말을 못하게 하고, 번개탄 생산을 금지시켜도, 죽고 싶은 마음이 사라지지 않는 한 우리의 부끄러운 1등은 계속 될 것이다.
(■ 강래경: www.connect value.net 수석교수, (사)한국강사협회 회장, Instagram @KANG.NAEKY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