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September 23,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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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래경 칼럼] 윤며들다

한 여성 아이돌은 수필집에서 ‘긍정에 지쳤다’고 쓰고 있다. ‘긍정의 아이콘’으로 불려진 덕분에 항상 웃음을 잃지 않아야 했던 힘겨움이 느껴진다. 아이유도 일찍 세상을 등진 별난 친구(설리)에게 “보이니 그 유일함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말야”라는 말을 해주고 싶어서 ‘celebrity’란 노래를 만들었다고 한다. 개성이 강한 현아도 ‘굿걸’에서 “주위 신경 쓰며 살지 마~ 눈치 보며 살지 마”라고 노래하고 있다.

물론 연예계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독히도 힘든 시간을 견뎌내며 ‘나’를 지키려는 MZ세대들의 외침이다. 기성세대가 ‘남과 비슷하게’ 살려고 했다면, MZ세대들은 ‘나 답게’ 살고자 한다. 그것은 본능적이거나 충동적인 것과는 다르다. 60년대 중반 미국에서 등장한 히피(hippie)처럼 반사회적, 탈체제적으로 행동하는 것도 아니다. 그냥 남을 의식하지 않고 자기만의 취향을 즐기며, 자신의 좋고 싫음에 충실할 뿐이다.

최근 ‘윤며들다’라는 신조어가 유행이다. 미나리의 주인공인 ‘윤여정 배우에게 서서히 스며들다’는 뜻이다. 그녀는 솔직하고 당당하다. “배고파서 연기했는데 잘 한다고 칭찬하더라. 배우는 돈이 필요할 때 연기를 가장 잘해.” 또한 위로와 용기를 준다. “롤모델이 왜 필요해. 나는 나같이 살면 돼. 나이 들수록 지혜도 생기고 실수도 잦아들어. 처음 살아보는 오늘이니 그럴 수도 있고 완벽하지 않아도 돼.”

같은 어른들에게는 일갈한다. “사람들은 경험 때문에 오염되고 편견이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러니 젊은이에게 ‘니들이 뭘 알어?’하면 안된다.” 그러면서도 전형적인 어른으로 말한다. “인생은 불공정, 불공평이야. 근데 내가 극복해야 되는 것 같애.” “하기로 마음먹었다면 불평없이 해.”

그녀는 ‘자기다움’을 잃지 않으면서도 주변과 조화를 이룬다. 멀티 페르소나라고 할 수 있다. 융통성 없이 하나의 페르소나로만 살면 본인은 모르겠지만 주변사람들에겐 ‘불편러’일 수밖에 없다. 나이만 따지는 기성세대, 개인취향만 주장하는 MZ세대는 ‘나 답게 사는 것’이 아니라 ‘나 밖에 모르고 사는 것’이다. 부디 세상에 부화뇌동 하거나 세상과 등지지 말고 그때그때의 자리에 어울릴 수 있는 얼굴로 살아가자.

(강래경: www.connect value.net 수석교수, 고려대-이화여대 평생교육원 코칭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