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April 15,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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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래경 칼럼] 원칙대로 하자

2013년 영국 선덜랜드에서 개최된 마라톤 대회에서 5000여명이 실격하는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다. 1등이 멀찌감치 앞서 달리던 상황에  2등으로 달리던 선수가 경로를 착각해 이탈하자 뒤따르던 나머지도 잘못된 코스를 달리게 된 것이다.

결국 1등만 완주한 셈인데, 이유를 알고 보니 경로를 알려주는 진행요원이 잘못된 지점에 서있었던 것이었다. 고심 끝에 주최측은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정해진 코스보다 264m를 덜 뛰었기 때문에 모두 실격 처리하였고, 대신 다음 대회 참가비를 25% 할인해 주기로 약속했다.

단순한 해프닝으로 생각해 융통성 있게 처리할 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그들은 원칙대로 처리했다. 사실 1명을 제외한 모두를 실격 판단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스스로 치부를 드러내는 일이기도 하고 금전적인 손실도 만만치 않다.

때문에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피해를 최소화한다’ ‘파장이 너무 크다’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다’는 이유로 많은 예외들을 만들어 왔다. 오죽하면 내로남불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신조어로 사람들의 이중성을 희화화 할까!

그래서 미국의 철학자 John Rawls는 사람들이 자신과의 관련성을 모르는 ‘무지의 장막 (veil of ignorance)’에 놓여 있을 때 비로소 공정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했다 (지원자의 출신학교, 지역에 대한 정보를 가리고 선발하는 블라인드 테스트와 같은 개념). 이처럼 원칙은 어떤 행동이나 이론 따위에서 자신의 유불리와 상관없이 ‘일관되게’ 지켜야 하는 기본적인 규칙이나 법칙이다. 이해하기는 쉽지만 실천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대회 주최자들이 말도 안될 실수를 저질렀지만 원칙대로 처리한 것에는 박수를 쳐주고 싶다.

사족을 붙이자면 2등 (리더)의 잘못된 선택 때문에 5천명 (팔로워)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갔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맹목적인 팔로워들도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벌써 코로나도 1년이 넘었다. 언제 끝날지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그야말로 새로운 일상을 살게 된 것이다. 때문에 코로나에서 핑계를 찾아서는 답이 없다. 그럴수록 자신의 문제에 더 주목할 때다.

(강래경: www.connect value.net 수석자문위원, 고려대-이화여대 평생교육원 코칭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