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의 해가 밝았다. TV에서 시민들의 인터뷰가 이어진다. 취직, 결혼, 경제회복 등등 어쩔 수 없이 각자의 소망에 집중한다. 전쟁중인 국민은 간절한 목소리로 “(폐허가 된 도시에서) 이것이 우리의 새해”라며 평화를 호소한다.
하지만 새로운 1년이란 이유로 그 바람들이 극적으로 해결될 리 없다. 새벽 찬바람을 가르며 산과 바다에서 일출을 맞이하고 어제와 다른 나를 결심해도 결국은 작심삼일로 끝날 것을 안다. 그리고나면 자책하고, 다시 결심하고, 또 자책하기를 반복할 것이다.
그런데 정말 개인의 노력이 부족한 탓일까! 연세대 김영훈 교수는 <노력의 배신>에서 “성패의 책임을 개인에게만 돌리는 것은 가혹하다”며 우리나라가 “노력 신봉 공화국”이라고 지적한다. 하버드대 마이클샌델 교수도 <공정하다는 착각>에서 농구스타 르브론 제임스가 농구가 없었던 시기에 태어났다면 지금 같은 삶을 살 수 없을 것이라며, 노력 이외에도 환경이나 재능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한 해를 정리하는 의미로 목포, 광주, 전주를 여행했다. 서울에서 태어난 것이 능력임을 실감했다. 지역 소멸은 현실의 문제였고, 사람들은 활기가 없었다. 모든 것이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으니 당연한 결과다. 그런데도 집권세력은 국가경쟁력을 위해 아직도 부족하다며 메가서울을 외친다.
그럼 미국만 강해지면 세계가 평화로울까! 그들은 자국 이익에만 철저하다. 오히려 미국만 강해지려니까 세계가 불안한 것이다. 따라서 서울 때문에 지역의 희망을 빼앗는 것은 답이 아니다. 내가 행복하려고 남을 아프게 할 수는 없다. 결국 전쟁은 평화의지와 노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나와는 상관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결과를 바꿀 수 없다고 판단하면 부정적 상황이 지속되어도 아무런 시도를 하지 않는다. 이른바 학습된 무기력 (learned helplessness)이다. 공동체가 제 기능을 못하면 모두가 은둔형 외톨이가 될 수 밖에 없다. 2024년은 혼자 발버둥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손잡는 세상이면 좋겠다. 노력을 해도 제자리 걸음인 이들에게 “더 노력하면 잘 될거라”는 차가운 위로와 공허한 응원을 멈추고 따스한 손을 내밀어 주자.
(■ 강래경: www.connect value.net 수석교수, (사)한국강사협회 회장, Instagram @KANG.NAEKY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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