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nior Column) 삶의 마지막을 위한 의미있는 도전

BY OLIVIA DO

‘정월 댓바람부터 뭣하려 삶의 종점을 이야기할까’ 하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사람들을 위해 먼저 변명부터 해야겠다. “태어나는 데는 순서가 있지만, 죽는 데는 순서가 없다.” 출생이나 사망 어느 것 하나 당사자가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는데, 어느 하나에는 순서가 있고, 또 다른 어느 하나에는 순서가 없다는 것이 묘하다.

마치 이 말을 뒷받침이나 하듯, 새해 벽두부터 (1월 8일) 테헤란을 이륙한 여객기가 추락했다. 탑승객 전원을 죽음으로 몰고 간 이 끔찍한 사고를 두고 항공 기술적 결함이니 미사일 공격이니 하는 말이 무성하다. 수도 없이 많은 비행기 사고가 반복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계속 일어나고 있는 것을 보면 우리네 인생사가 얼마나 아이러니한 가를 대변한다.

사고가 나고, 슬퍼하고, 애닯아 하고, 그러다 어느 순간에 잊을 만하면 또 다른 사고가 나고, 구조하고, 슬퍼한다. 동시에 176명의 목숨을 앗아간 그 사고의 이유를 반드시 찾아낼 동안, 이 세상에 남은 우리는 ‘정말 운이 좋은 사람들’ 이라고 위로하면서 죽은 이들의 몫까지 열심히 살아야 할 의무를 가져야 할 것이다.

많은 항공 교통 전문가들은 자동차 사고에 비해 비행기 사고가 훨씬 적게 일어난다며 비행기가 더 안전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워낙에 대형 사고다 보니 사람들이 그들의 말을 믿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 어느 것이 되었든 우리는 더 이상 이런 사고가 나지 않기를 바라며, 안전에 안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물론, 미사일 공격 때문에 일어난 사고라면, 더 큰 차원에서 각 나라간 평화를 유지하는 일에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https://fortune.com/2017/07/20/are-airpls-safer-than-cars/

죽음에 순서가 없다는 말이 설득력을 갖는 이유는 기계나 전자 문명이 너무 발전하여 사람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들이 훨씬 많아졌기 때문이다. 자동차, 비행기, 선박, 기계 및 의료 사고 등, 지금 세상은 부지불식 간에 어떤 식으로든 사람들이 어떤 참사로부터 전혀 자유로울 수가 없게 되었다. 사고가 반복되는 일이 그것을 뒷받침한다. ‘사람이 한 치 앞을 보지 못한다’ 거나, ‘사람의 목숨은 하늘에 달려있다’는 말이 괜히 나온 말은 아닐 것이다.

https://www.cnn.com/2018/12/07/health/who-road-safety-report-intl/index.html Traffic accidents are eighth leading cause of death globally, according to WHO By Naomi Thomas, CNN Updated 4:31 AM ET, Fri December 7, 2018

사회 발달 심리학자인 에릭 에릭슨은 전생애주기적 관점에서 사람의 일생을 여덟 단계로 나누어 인간의 발달 과정을 살펴보았다. 에릭슨은 한 사람의 인생이 각 발달 단계에서 두 가지 대립 (갈등, 도전) 과정을 경험하게 되는데, 그것을 어떻게 조절하고 극복하느냐에 따라 다음 단계의 발달이 결정된다고 주장한 사람이다. 또, 그는 성격 발달이 전생애에 걸쳐 여덟 단계를 통해 계속 발달한다고 믿었다.

예를 들어, 인생 수명주기 첫 번째 단계 (0세부터 12- 18개월까지 인간이 신뢰성을 형성하는 시기)에서, 갓난 아기는 자신을 돌봐주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신뢰감이나 불신감을 배우게 되고 자신도 모르게 이 둘 사이에서 갈등을 경험하게 된다. 아기의 인성은 이러한 환경에 부딪히며 발달하게 된다는 것이다.

즉, 유아기에 자신을 돌보는 사람과 신뢰 관계를 강하게 형성한 아기는 성장 과정에서 타자와의 갈등 관계의 환경에 노출되면 자신이 배운 신뢰감을 확대 적용해 그 도전을 극복할 수 있지만, 불신감을 배운 아이는 신뢰감에 바탕을 둔 희망이 없어 도전을 극복하지 못한다. 그래서 그 다음의 발달 단계에서 알코올 중독이나 지나친 집착 등의 발달 장애 행동을 보이거나 우울증이나 정신분열증과 같은 정신 질환을 앓을 위험이 높다는 것이다.

에릭슨은 또, 인생의 마지막 여덟 번째 발달 단계 이론에서, 어떤 한 사람의 삶이 어떠했는 가를 보려면 그 사람의 마지막 단계인 노년기를 보면 알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출생부터 사망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삶이 한 단계씩 변화, 발전해 나가는데, 그 마지막 단계를 보면 그 사람이 얼마나 만족스런 인생을 살았는 지, 그렇지 않으면 후회스런 삶을 살았는 지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유아기와 마찬가지로, 마지막 수명 단계 (65세에서 사망할 때까지의 단계) 에서도 이 대립구도를 경험하게 된다.

에릭슨에 따르면, 전생애적주기의 마지막 단계의 사회 심리학적 도전 (갈등)은 바로 자아 통합 (Ego Integrity)과 절망감 (despair) 사이에서의 위기이다. 그는 개인의 자아는 부모와 사회 및 역사적 환경의 영향을 받게 되는데 이것이 평생을 통해 성장 발달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삶의 마지막 단계에서 ‘내 삶이 만족스러웠는가’나 ‘내 삶이 의미가 있었는가’ 와 같은 질문을 하게 된다고 하였다.

그는 인성이 발달하면서 자아 통합을 추구하게 되지만, 의미있는 삶, 타인을 사랑하는 삶, 궁극적으로 완성도가 높은 삶을 산 사람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이런 삶을 산 사람들은 스스로 만족할 만한 삶을 완성했고, 자신의 이름을 남겼다는 생각에 인생에 대한 미련이 없고, 그러기에 후회하지 않는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죽음의 문턱에서 인생에 대한 성취도가 낮은 사람들은 과연 어떨까? 에릭슨은 이런 사람들은 절망감 때문에 죽음을 두려워하고, 후회하며, 자신의 인생을 혐오한다고 하였다. 잘 살았다는 생각 대신 자신의 인생이 너무 쓸 데 없었고, 쓰디 쓴 인생을 살았다는 느낌에 절망을 한다는 것이다. 들어보니, 그 말이 딱 맞는 말이다. 아무 계획 없이 허둥대다 시간을 버린 날을 돌아보면 그런 절망감과 허무함이 엄습해온다는 사실을 깨달은 적이 한 두번이 아니지 않았던가?

시중에 나와 있는 책들 가운데는 사람들이 죽음을 맞이하는 문턱에서 무슨 생각을 하는 지에 관해 이야기하는 책들이 많다. 가령, 일본 호스피스 젼문의 오츠 슈이치가 쓴 책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 책에는, 사람들이 ‘진작에 무엇을 했었더라면 . . . ’ 이라는 후회를 한다고 하였다. 이것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우리 모두 후회해도 돌아갈 수 없는 일방통행의 인생을 살아서이다.

사람들은 정말로 하고 싶었던 일을 못했거나 안 했을 때, 사랑하는 사람이 해 주는 것을 마치 당연한 듯 받으면서 고맙다는 말 한마디 않고 얌체 마냥 자신만을 챙겼을 때, 자신이 꿈을 이루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쓸 데 없는 행운만 바랐을 때, 자기가 최고인양 거들먹대며 남들에게 막 대하며 오만을 떨었을 때 등.

죽는 순간에 후회하게 되는 여섯가지 것들 (Six Things You Will Regret On Your Deathbed) 의 저자 사예드 마다레시 (Sayed M. Modarresi) 는 영국 허핑턴 포스트지의 기고에서, “죽음을 만나는 순간이야말로 정신이 가장 명료해지는 순간”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는 죽음이라는 마지막 순간에는 그 어떤 중차대한 일도 모두 하찮을 수밖에 없다면서, “많은 사람들이 잠이 든 것처럼 생각없이 살다가 죽는 순간에서야 자신이 누구이며 무엇을 했어야 하는 지를 깨우친다”고 하였다. 그래서 그는 ”사람들은 잠든 상태로 산다. 죽는 순간에만 깨어난다.”라고 하였다.

2020년 새해. 모든 사람들에게 한해 한해는 늘 새로운 날이다. 시간은 우리 모두를 아주 공평하게 대한다. 이미 많은 클라이언트들은 내게, 눈을 뜨고 다시 일어나는 날을 늘 새날인 것처럼 살아야 한다고 한다. 비록 지금까지 죽음이 언제 다가올 지, 또 미래에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게 될 지 생각해 본 적이 없지만, 에릭슨이 주장한 것처럼 더 먼 미래에 다가올 자신의 죽음을 미리 생각해 볼 시간을 갖는다면, 후회를 좀 덜 하는 노년을 맞을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당장 다가올 내일과 모래에 어떤 보상을 주지 않는다. 그러나, 죽을 때 의미있는 삶을 살았다는, 그래서 후회하지 않고 이 세상을 떠날 수 있다는, 자기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을 안겨줄 것이다. 그런 미래를 꿈꾸며 오늘을 사는 것이 보람찬 하루를 축적할 수 있는 힘을 가져다줄 것이고, 에릭슨이 말한 노년의 갈등 위기를 잘 극복할 수 있는 자양분이 될 것이다.

(n 도은경: 소셜워커. 에이징 스페셜리스트. 2016년 석사논문 발표, 2017년 석사졸업. 매니토바주에 걸쳐 시니어그룹과 함께 파트너쉽으로 노인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프로젝트를 실시함. 2014년부터 캐나다 정부 그랜트를 4 회 받았음. HIGH5S Counseling Hub운영. 노인과 이민자가족 이슈 상담. 연락처 (204) 807-0908, high5scounseling@outlook.com)

(Senior Power) 더 나은 삶을 위한 공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