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아내로부터

최지영

(편집자 주: 이 글은 상상에 의한 편지글임을 밝힙니다.)

우리가 이민온 지도 이제 3년이 되네요. 정말 정신없이 온 것 같은데, 아이들은 이제 알아서들 학교도 잘 다니고 있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우리 이민 간다고 했을 때, “말도 안 통하는 곳에서 어떻게 살려고 하느냐”며 그렇게 만류하던 주변사람들이 이제는 이민할 길이 있는가를 물어보니, ‘참 그렇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하기사 그 때 남부럽지 않게 잘 살았는데, 잘 다니던 직장을 관뒀으니 아마 이해하기 힘들었겠지요. 남의 속도 모르고 말이에요.

50대를 바라보는 당신이 매일 젊은이들이 치고 올라오는 경쟁 속에서도 퇴직을 안하고 버티는 것이 어려웠고, 지금에사 하는 말이지만 나는 나대로 당신 부모와 일가 친척들 사이에서 힘든 시간을 보냈잖아요? 물론, 그래서 이민을 하자고 한 것은 아니에요. 가장 큰 이민 동기는 우리 아이들이 더 큰 세상에서 더 나은 교육을 받게 하고 싶었던 것인데,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니 아이들을 그냥 자유롭게 놔두고 싶었던 것 같아요.

사실, 영주권을 받은 그 날, 정말 더 큰 산, 어떻게 먹고 살것인가의 고민이 더 크게 다가와 우리 서로 고민하던 때가 기억나요. 그 때, 당신은 살도 많이 빠지고, 흰머리도 갑자기 많이 늘어났죠. 한국에서는 사모님 소리 들으며 여유롭게 나만의 시간을 즐겼지만, 이 나라에서는 이제 그런 여유는 내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도시락을 싸야 하고, 아이들이 우리 없이도 스스로 진로를 개척하는 것을 보면 우리는 정말 바보 같은 때가 많았어요. 그렇지만, 우리 모두 이렇게 무탈하게 지내고 있으니 그저 감사할 뿐이죠.

그렇지만, 한국인 친구들과 마음을 터놓고 지내기는 여전히 힘들어요. 무슨 말이라고 할라고 하면 누군가 이래저래 소문내며 내 이야기를 할까 걱정하다보니 친구 하나 없이 지금까지 일만 하고 살았네요. 사실, 같이 이민온 한국 사람들이 배경과 생각이 아주 다른 외국 사람보다 더 하다는 생각이 들 때도 많지요.

길에 사람도 없고 너무 한적해 처음에는 무섭기까지 했는데, 이제는 심했던 비염도 사라지고 파란 하늘, 좋은 공기 마시고 살 수 있어서 얼마나 감사한 지 몰라요. 우리 아이들이 커서 자립할 때까지만이라도 이렇게 건강하게 열심히 살면 좋겠어요.

비록 좋은 직장 다니다가 구멍가게 하는 우리 처지가 비참하기도 하지만, 그동안 아무 말 없이 열심히 일해 준 당신 덕분에 웃게 되어 고마워요. 이 나라에서는 내가 청소부를 한다고 해도 무시하지 않으니 참 좋네요.

쉽지 않는 이민이었지만, 이제는 온 가족이 함께 열심히 일할 수 있어서 감사해요. 그러므로, 당신도 나도 더 힘내서 갑시다. 그리고 당신도 내년에는 한국 한번 다녀오면 좋겠어요. 아니면 저 혼자 만이라도 한 번 나갈 수 있도록 해 주세요. 알겠죠?

– 사랑하는 아내로부터

(▮ 최지영: CEO JC Worldwide Immigration Networks, 204-942-7065, jc@jcwins.com)

사랑한다, 아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