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 아들아

최지영

[편집자 주:이 글은 상상으로 씌여진 편지글임을 알려드립니다.]

아들아,

이민온 지도 벌써 5년이 되어간다. 그동안 네 학교 생활이 어떠한지, 취미가 무엇인지 알지도 못한 채 이렇게 시간이 흘렀구나. 아빠로서 그동안 너에게 미안하다는 말조차도 하지 못하고 살았구나.

그동안 너에게 말하지 못했지만, 상사들 눈치보며 비위를 맞췄던 한국에서의 직장 생활이 그렇게 쉽지 만은 않았 단다. 그 때 나는 내 자식에게 만큼은 절대 나처럼 돈 없고 학 벌없는 사람이 겪게 되는 엄청난 경쟁을 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영어 한 마디 못했던 내가 캐나다에 오기로 결심한 데는 너 하나 잘 키워보고 싶다는 욕심 때문이었어.

이민 신청을 하고 나서 기다리던 그 시간은 왜 그리 길게 느껴지고 답답했는지 몰라. 주변 사람들에게 “우리 캐나다 이민간다!” 는 이야기를 한 뒤, 수속이 길어지면서 우리 모두 속앓이 했던 기억이 난다. 너 역시도 얼마나 초조했니? 어느 날, 네가 화를 내며 친구들이 왜 아직도 캐나다 안 가냐고 물어본다 했지? 그 날 아빠는 혼자 몰래 나가 소주를 마셨다. 그 때, 친구들 사이에서 곤란해진 너를 보고 참 미안했었다. 네 친구들이 네 아빠는 참 무능력하다는 말로 들려서.

그리고 나서, 기적처럼 영주권이 나왔지. 그 때 우리 모두 근사한 식사를 하며 축하했던 날 기억하지? 네가 “아빠는 기쁘지 않아?” 라고 물었을 때, 난 정말 기뻤어. 정말 감사했고. 그러나, ‘이제 정말 캐나다로 가는구나’ 라고 생각하니 너무 어깨가 무거웠어. 그렇지만, 꿈에 부풀어 행복하게 웃는 너와 네 엄마를 보면서 더욱 용기를 내어야겠다 다짐했어.

그러나, 공항에서부터 사람을 위축시켰던 영어 때문에 이민 정착은 쉽지 않더라. 막상 오기는 왔지만, 낯선 곳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 지 사실 많이 막막했지. 그래도 주변 한국사람들을 보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나도 할 수 있다’고 말야. 그래서 시작한 게 그로서리야. 영어가 안 돼도 기술이 없어도 할 수 있다고들 해서.

그렇지만 모든 것이 너무 생소했지. 처음으로 들어보는 담배 이름에 복권에. 나는 정말 정신없이 달렀다. 이젠 좀 편해지긴 했지만, 손님들이 욕을 해도 잘 못 알아들었던 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피식 웃음이 난다. 또, 장사가 안 되는 날은 걱정도 되고.

너, 아빠 알지? 난 늘 친구들하고 어울리는 것 좋아했지. 가끔 아빠 친구들이 네 또래들을 데리고 와서 너랑 같이 놀기도 했잖아? 생각해 보니, 여기서는 소주 한 잔 마시며 마음 털어놓을 친구도 없고, 누군가를 집으로 초대할 여유도 없네. 참으로 어이없게 쳇바퀴 굴러가는 듯한 생활만 했구나.

그런데 아들아, 엄마 아빠가 가게에 매달리면서 네 얼굴 한번 볼까 말까 한데 여기까지 잘 버티고 와줘서 정말 고맙고 대견하다. 영어도 잘 하고 공부도 잘 하는 우리 아들. 아빠는 네 성적표를 받아보고 감격해서 눈물을 흘렸단다. 아빠가 공부도 도와주지 못하고, 무슨 공부를 하면 좋을 지 어느 길로 가면 좋을 지 조언도 못해주는데, 너 스스로 이렇게 잘 자라주어서.

그리고, 미안하다. 몇일 전 게임한다고 소리지르고 화낸거 말이다. 너도 스트레스 많이 받아서 그랬을텐데, 네가 놀고 있는 모습을 보면 그동안 스스로에게 쌓인 화가 나도 모르게 폭발하나 봐. ‘부모는 이렇게 새벽같이 나가 장봐서 장사하고 밤 늦게야 오는데, 너는 지금 놀고 있냐?’ 이런 애 만도 못한 생각이 들곤했어.

아들아, 이렇게 처음으로 너에게 편지 쓰면서 그동안 네게 못한 말을 해보련다. 사랑한다. 미안하다. 그리고 고맙다. 이민오고 난 뒤, 너랑 함께 시간을 보낸 적도, 단 하루도 놀러간 적도 없는 것 같구나. 한국에서 너랑 같이 가끔씩 갔던 야구 경기 관람은 여기서는 꿈도 못꾸고, 영어라서 함께 영화관 갈 생각은 엄두도 못내고 살았어.

그런데 말이다. 아빠도 이민 와서 정말 열심히 일했다. 그것 만은 알아주렴. 친구도 없고, 영어 때문에 힘들고, 가끔 자괴감도 들지만, 그래도 한국에서 정년퇴직 후에 사업에 실패한 친구들의 소문을 들으면, 너를 위해, 우리 가정을 위해 이곳으로 이민온 것이 잘 한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또, 아빠가 챙겨주지 않는 데도 이렇게 스스로 잘 해 나가는 너를 보면서 너무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어. 그래서 지금까지 한번도 너에게 못했던 말을 하련다. “사랑한다, 아들아. 우리 열심히 한번 해보자.”

(▮ 최지영: CEO JC Worldwide Immigration Networks, 204-942-7065, jc@jcw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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