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으며 역할모델을 정하라, 케네디 가

최효찬

20세기를 미국을 대표하는 대통령이자 정치인으로 꼽히는 케네디는 마릴린 몬로와의 염문설 등으로 흔히 ‘바람둥이’를 연상하게 하고 또 책도 제대로 읽지 않고 유려한 이미지 덕분에 미국 대통령이 되었을 거라고 생각하기 쉽다.

미국의 유명한 작가 해롤드 에번스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 역대 대통령 중 링컨, 워싱턴, 제퍼슨, 시어도어 루즈벨트, 아이젠하워, 케네디 등이 포함돼 있다. 그가 독서광으로 선정한 22명의 대통령 중에 미국인들이 뽑은 훌륭한 대통령 상위 10명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케네디의 어머니 로즈여사는 9남매의 교육방법으로 매일 독서 리스트를 정해 책을 읽게 하고 독서 후에는 반드시 토론을 벌여 케네디가 형제들이 정치인으로서의 자질을 기를 수 있게 했다.

미국 35대 대통령 케네디 또한 어린 시절부터 형들과 토론을 위한 독서를 즐겼으며 같은 책을 읽고도 서로 다른 생각과 의문점, 느낌 등을 주고받으며 통찰력을 높여 갔고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배려심을 키울 수 있었다. 그의 도서 목록에는 뉴욕 타임스 등 신문도 포함되어 있었는데 그로 인해 사회변화와 흐름을 빠르게 파악하고 통합적인 사고 능력을 키울 수 있었다.

케네디 대통령이 청소년 시절에 역할모델이 된 사람은 윈스턴 처칠이었다. 이는 학창시절도 서로 닮아 있다. 둘 다 역사와 위인들의 전기를 좋아했다. 케네디 대통령은 하버드대 졸업논문으로 ‘영국은 왜 잠을 자는가’라는 제목의 논문을 썼는데 이를 출간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이 제목은 그의 역할모델인 윈스턴 처칠이 ‘영국이 잠자고 있는 동안’이라는 책에서 힌트를 얻었다. 독서를 하면서 자신의 꿈을 설정하고 역할모델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케네디는 ‘용감한 사람들’이라는 책도 썼다.

케네디는 2차 세계대전 참전당시 어뢰정을 타고 전투 임무 중에 등에 심한 부상을 당했지만 가족들에게조차 숨겼다. 1954년 어느 날 상처 부위가 악화되어 목발을 짚지 않으면 안 되다 마침내 척추수술을 받게 되었다. 수술 후에 염증이 심해져 사경을 헤맸고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장례식 준비까지 해두었다. 그러나 천만 다행으로 기력을 되찾았다. 그는 요양 중에 ‘용감한 사람들’을 집필했다. 이 책은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저널리즘 상인 ‘퓰리처 상’을 수상했고 케네디는 일약 전국적인 인물이 되었다.

케네디 가의 독서교육에서 두드러진 특징은 어머니에 의해 독서리스트를 만들어 독서교육을 했다는 점이다. 로즈 여사는 어머니들의 모임에서 추천하는 도서와 도서관 추천도서 목록, 영감을 일으키는 교육적 가치가 있는 책들을 선택했다. 또 고전을 중시하고 독서리스트에 ‘아라비안나이트’, ‘보물섬’, ‘아서왕과 원탁의 기사들’, ‘천로역정’, ‘피터 팬’ 등 다양한 고전들을 포함시킬 것을 조언한다.

다음으로, 자녀들이 도전을 즐길 수 있도록 모험담을 많이 읽게 이끌었다. 도전과 모험을 좋아하고 그런 책을 좋아하면 정치가나 리더가 될 자질을 가지고 있다. 그런 자녀에게는 모험담을 통해 도전정신을 고양시키주는 게 바람직하다. 케네디는 유별나게 동물의 우화나 모험담을 좋아했다. 그가 가장 좋아했던 책들은 프랜시스 트레고 몽고메리가 쓴 ‘빌리 위스커스의 모험’과 선톤 버제스가 쓴 ‘붉은 여우의 모험’이라는 책이었다.

로즈 여사는 책읽기를 싫어하는 아이들에게 놀이를 통해서도 책읽기와 같은 훈련을 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가령 여행이나 길을 갈 때 아이들에게 식물이나 꽃이 나오면 그 이름을 알아맞히는 게임을 할 수도 있다. 그런 게임을 통해 궁금증이 생기고 승부욕이 자극되면 책을 찾아보기에 이를 수도 있으니 일석이조의 교육법이다.

케네디는 1937년, 20살 여름에 ‘그랜드 투어’에 나서 유럽을 속속들이 답사했다. 유럽 여행 두 달 동안 케네디는 여행일기를 썼는데 나라별 특색 따위를 생생하게 기록했다. 여행 일기에서 그는 “영국의 군사력은 전쟁이 터질 소지를 줄였는가?” “독일과 이탈리아는 이해가 서로 일치하지 않았는데 과연 동맹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 등과 같은 스스로 이런 질문을 던지고 있다.

케네디는 유럽을 몇 차례 여행하면서 국제정세에 대한 견문을 크게 넓힐 수 있었다. 이는 자신의 꿈을 키우며 공부에 매진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스탠포드 대학원에 진학한 케네디는 23살 때 비로소 자신의 진로를 정하고 대통령의 꿈을 꾸기 시작한다. 그리고 마침내 44살 때인 1961년 그 꿈은 이루어진다.

(❚최효찬 박사: 경향신문 기자 역임, 삼성경제연구소 SERI CEO에서 ‘명문가 위대한 유산’을 주제로 강의 중. 2011년 ‘한국의 저자 300인’에 선정. 저서로는 우리나라와 세계 명문가의 자녀교육과 독서교육 비법을 명쾌하게 분석한 『5백년 명문가의 자녀교육』, 『세계 명문가의 자녀교육』, 『세계 명문가의 독서교육』(2010 문화체육 관광부 우수교양도서) 등 다수의 저서가 있음. 최근 『현대 명문가의 자녀교육』을 출간. http://cafe.naver.com/apluschi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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