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AI 골드러시, 캐나다로 몰려드는 이유

신맹호 주캐나다 대사

(아주경제) 2016년 구글 알파고가 이세돌을 꺾으며 우리 사회에 충격을 준 이후 세계는 인공지능(AI) 개발 대경쟁의 시대로 들어섰다. 지구 반대편 캐나다에는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페이스북·삼성·LG·딥마인드 등 세계적 기업들이 AI 개발을 위해 몰려들고 있다.

AI 골드러시가 캐나다에서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캐나다의 풍부한 AI 인재풀과 정부 지원을 들 수 있다. AI 성패는 인재 확보에 달려 있는데, 캐나다는 미국·영국에 이어 세계 3위 규모의 인재풀을 보유하고 있다. 세계 AI 석학 3인방 중 벡터연구소 힌튼 교수와 몬트리올대 벤지오 교수가 캐나다에 있다. 나머지 1명인 페이스북 르쿤 AI 연구소장도 힌튼이 길러낸 제자다.

또 강화학습의 대가로 불리는 서튼 교수도 캐나다에 있는데, 알파고 개발팀 중 2명이 그의 제자이기도 하다. 이렇듯 AI 대가를 중심으로 인재들이 모이고, 이들을 영입하려는 기업들이 앞다투어 AI 연구소를 설립하면서 인재풀이 확대되는 선순환이 일어나고 있다.

세계적인 AI 대가들이 캐나다에서 탄생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캐나다고등연구원(CIFAR)의 30년 넘는 꿋꿋한 연구지원이 있었다. CIFAR은 AI 연구 주축기관으로, 오랜 연구기간과 불확실한 성공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단기 성과에 대한 조건 없이 AI 분야를 장기 지원하고 있다.

르쿤 소장은 “CIFAR이 왕따나 다름없던 우리를 믿고 오랫동안 지원해줬다”고 말한 바 있는데, 왕따의 대표적 케이스가 바로 세계 AI의 대부로 알려진 힌튼 교수이다. ‘AI 겨울’이라 불릴 정도로 모두가 외면하던 1987년, CIFAR은 힌튼 교수를 미국에서 영입해 지금까지 지원해 온 것이다.

캐나다는 AI 연구의 원천인 수학·물리·화학·뇌 신경망 등 기초과학 분야에서도 강국이다. 인구가 한국의 3분의2에 불과하고, 150년 짧은 역사를 가진 캐나다는 그간 노벨상 수상자를 26명을 배출했고, 이 중 19명이 기초과학자이다.

올해는 워털루대 스트릭랜드 교수가 55년 만에 여성 과학자로는 세계에서 셋째로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캐나다가 AI 허브가 된 또 다른 이유는 열린 이민정책과 투자환경이다. 특정 분야의 인재에게 2주 만에 취업비자를 주고, 유학생에게도 대학 졸업과 동시에 취업비자를 준다.

혁신적 창업 아이디어로 이민할 수 있는 스타트업 비자제도도 있다. 외국 기업이나 AI 연구소가 캐나다에 진출할 경우, 투자비용의 15%를 세액 공제하는 등 인센티브도 제공한다. 미국과 차별화되는 친이민·개방정책은 인재와 기업이 실리콘밸리 대신, 캐나다를 선택하는 또 하나의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편 캐나다 정부의 정책은 AI를 미래 성장동력으로만 다루지 않고, 사람 중심의 윤리적 AI도 함께 지향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위험성으로부터 사람을 보호하는 책임있는 AI, 인류의 포용적 성장과 복지에 기여하는 AI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캐나다 정부가 ‘사람 중심 AI 국제 스터디그룹’ 창설을 주도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캐나다에게도 숙제는 있다. AI 지식과 기술을 어떻게 산업에 접목, 상용화할 것인가다. 캐나다는 그간 여러 기술을 개발하고도 상업적으로 활용하지 못한 사례가 많다. 이런 점에서 한국과 캐나다 양국이 2017년에 발효한 ‘한·캐 과학기술혁신협력 협정’은 매우 이상적인 협력 기반이다.

상용화에 강한 한국과 기초과학에 강한 캐나다가 함께 AI 기술개발과 산업응용을 모색해 갈 수 있을 것이다. 캐나다는 지난해 3월 세계 최초로 국가 AI 전략을 수립하고, AI 예산으로 1억2500만 달러를 배정했다. 올해 12월에는 G7 국가의 AI 활용 전략과 우수사례 공유를 위해 ‘G7 AI 콘퍼런스’를 최초로 개최하는 등 AI 선도국으로 앞장서고 있다.

세계 최고의 혁신국가인 우리도 AI 분야 협력을 통해 건강하고 풍요로운 미래사회를 함께 준비해 갈 수 있다. (Source: 아주경제. 기사제공: 토론토 김정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