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를 키운 ‘회복탄력성’의 힘

최효찬

미국에서 첫 흑인대통령시대를 열었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에게는 아늑하고 행복한 가정환경은 애당초 없다. ‘두 살 때 이혼한 케냐출신의 흑인 아버지와 백인 어머니, 인도네시아에서의 어린 시절, 외가에서의 청소년시절…….’ 오바마의 성공신화를 보면 불우한 가정환경 등 역설적인 요인을 발견할 수 있다.

그에게 과연 어떤 비밀이 있었기에 역경을 극복할 수 있었을까 궁금증이 생긴다. 그의 성장배경에 그 비밀이 숨어있다. 오바마는 열 살에서 대학 입학 때까지 하와이에서 외조부모와 함께 살았다. 외가는 백인 집안으로 피부색도 달랐지만 ‘백인 노부부와 흑인 손자’ 세 사람이 꾸려가는 가정은 화목했지만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이 여전한 미국에서 때로는 경멸과 모욕적 시선도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외할머니 매들린 더넘 여사는 손자가 피부색 때문에 상처를 받을까봐 한없는 정성과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오바마에게 외할머니는 전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바마의 아버지는 1982년, 외할아버지는 1992년, 어머니는 1995년 타계했다.

오바마는 두 살 때 아버지와 헤어지고 여섯 살 때 재혼한 새아버지를 따라가 인도네시아에서 살기도 했다. 인도네시아에서 어머니는 오바마를 새벽 4시에 일어나게 해 세 시간씩 영어 등 공부를 시켰다.

오늘날의 오바마는 어쩌면 어머니의 그 열정이 빚어낸 열매인지도 모른다. 가정형편이 어려워지자 오바마 어머니는 미국에서 공부해야 한다며 4년 만에 다시 오바마를 하와이로 돌려보냈다. 그때 어머니는 오바마에게 친아버지의 열정을 배워 친아버지처럼 살기를 바란다고 간곡하게 타일렀다.

열 살부터 오바마는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와 함께 하와이에서 청소년기를 보냈다. 이때 조부모 또한 오바마에게 아버지에 대한 험담을 하지 않았다. 외할아버지는 항상 “너는 네 아버지의 자신감을 배워야 해. 자신감은 남자의 성공을 위한 비밀의 열쇠거든.”이라고 마무리하곤 했다.

외할아버지가 들려준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들은 오바마가 아버지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도록 해 주었다. 오바마는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 어머니가 들려주는 짧은 이야기를 재구성해 가면서 아버지를 자신이 원하는 가장 이상적인 모습으로 그렸다. 그러면서 소외감과 이방인이라는 느낌을 견뎌낼 수 있었고 조금씩 자신감을 가지고 생활할 수 있었다.

오바마에게는 아버지가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힘이 되어 주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오바마는 10세 때 하와이에서 아버지를 만나게 된다. 한 달 동안의 짧은 만남이었지만 조국 케냐를 사랑한 아버지의 모습을 통해 오바마는 더 큰 사랑의 존재를 알 수 있었고 강한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 이것은 이후 그가 흑인으로서 미국 대통령의 꿈을 키울 수 있었던 에너지로 작용하게 된다.

회복탄력성이라는 심리학 개념이 있다. 이는 절망적인 가정환경에서 자랐지만 공부나 친구관계 등 매사에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청소년들을 발견하고서 나온 개념이다. 1954년 에미 워너교수는 극단적으로 열악한 조건에 놓여있는 하와이 카우아이 섬의 1955년생 신생아들이 18살 청소년으로 성장할 때까지 과정을 분석했다.

그 결과 놀랍게도 3분의 1은 정도 아이들은 열악한 가정환경에서도 모범적이고 학교 성적이 우수하며 자신 있게 진취적으로 성장하였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워너는 이들의 공통점은 “회복탄력성이 높다”는 것으로 설명했다. 여기서 나온 회복탄력성이란 “역경을 성숙한 경험으로 바꾸는 능력 또는 곤란에 직면했을 때 이를 극복하고 환경에 적응하여 정신적으로 성장하는 능력”이다.

워너는 특히 회복탄력성의 핵심적 요인을 발견했는데 바로 인간관계였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제대로 성장한 아이들이 예외 없이 지니고 있는 공통점은 ‘그 아이의 입장을 무조건적으로 이해해주고 받아주는 어른이 적어도 한 명은 아이 곁에 있었다’는 점이다.

이는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주변에서 조부모나 외삼촌이나 이모 등 언제나 상담이나 조언 역할을 해주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역할을 해주는 사람이 있는 아이일수록 훌륭하게 성장하는 사례를 보곤 한다.

오바마는 늘 손자를 지지하고 응원해준 조부모와 현명한 어머니, 조국을 위해 헌신한 친아버지 등의 요인들이 회복탄력성이 높은 아이로 성장할 수 있었고 결국 위대한 역사를 창조한 주인공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최효찬 박사: 경향신문 기자 역임, 삼성경제연구소 SERI CEO에서 ‘명문가 위대한 유산’을 주제로 강의 중. 2011년 ‘한국의 저자 300인’에 선정. 저서로는 우리나라와 세계 명문가의 자녀교육과 독서교육 비법을 명쾌하게 분석한 『5백년 명문가의 자녀교육』, 『세계 명문가의 자녀교육』, 『세계 명문가의 독서교육』(2010 문화체육 관광부 우수교양도서) 등 다수의 저서가 있음. 최근 『현대 명문가의 자녀교육』을 출간. http://cafe.naver.com/apluschi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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