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며느리 이미지, 언제나 달라질까?

BY OLIVIA DO

2018년 9월 30일. 인터넷에 업로드된 한국 오락 방송 프로그램 하나를 보았다. 시리즈물인 이 프로그램에서는, 남녀 사회자 두 명 외에, 세대가 다른 여성, 남성 고정 출연자, 그리고 또 다른 각각의 젊은 남녀가 출연하여 특정 주제를 놓고 서로 속 시원하게 각자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이 쇼를 통해, 나는 연령차가 있는 여러 남녀 초대손님들 간의 관점의 차이를 알아보고, 이미 한국 전통사회에 부정적으로 낙인 찍혀있는 고부관계나 며느리에 대해 어떤 의식 변화가 있는 지를 살펴보았다.

이 비디오 클립에는 114개의 좋아요, 15개의 싫어요 클릭 수자가 달려있었다. 댓글은 모두 32개로 – 한 네티즌의 표현을 빌자면, – “여자들을 개무시” 하는 초대손님들에게 분개하는 부정적인 글이 대부분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비디오 클립을 보면, 쇼의 시작 단계에서부터 요즘 여성들의 심기를 건드리는 구시대적인 말부터 등장한다. 이 쇼가 오락 프로그램이란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아직까지 한국사회는 내가 살았던 14년 전의 한국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인다.

시어머니의 입장을 대변이라도 하는 듯한 이 프로그램에서 여러 사람들이 어떻게 각자 목소리를 높이는 지 살펴보는 일은 흥미롭다. 비디오 클립은 이렇게 시작한다. “집안이 흥하려면 며느리가 잘 들어와야 한다?!” 마치 근전대적인 한국인들의 생각을 옮겨적은 듯한 문장이다. 어떤 네티즌은 “며느리가 잘 들어오는게 어딨나! . . . . 시집에 들어가는게 아니고 신랑이랑 결혼하는거다.” 또, 하나는 “집안이 흥하려면 . . . 사위도 잘 들어와야 하더군요.” 라고 댓글을 붙였다.

다음은 며느리를 보는 기준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시어머니들이 하는 대답이다. “우리 아들 아침밥을 안 챙겨줄때 [속상하죠.]”, “직업을 가졌어도 자기가 할 도리는 해야 하는데 [요즈음 며느리들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 라고 말한다. 여기에 댓글을 단 네티즌들은 이렇게 답한다. “며느리가 직장다니면서 맞벌이 하면서 아침밥까지 해주길 바라면 그 시간에 남편은 뭐해요?”, “결혼하면 그때부터 자기아들이아니라 누구누구남편되는거지.” “. . . 남자한테 아침밥 차려다 바쳐야 한다는건 아줌마 혼자 생각이지 무슨 도리에요 지금이 조선시대도 아니고 ㅋㅋ” 라고 올렸다. 추정하건대, 댓글을 단 이들은 아마 젊은 여성이었을 것이다.

또 다른 인터뷰 장면에서는 한 시어머니가 “좋으면 좋다고 나쁘면 나쁘다고 말해야 하는데 . . . 말 안하고 이렇게 있으면 좀 안 좋지” 라고 한다. 이 말을 들은 초대손님들. 어느 누구도 시어머니의 일방적인 시각만 전달되었다고 지적하지 않는다. 이 말에서는, 시어머니가 원하는대로 하지 않는 며느리는 나쁜 며느리라는 인상이 전달된다. 그럴 수 밖에 없는 며느리의 변명이나 이유가 배제되어 있다.

“그 전화. 전화를 참지 못해서 어떤 때는 내가 할 때까지. 아 어머니 전화드리려고 했는데 요런다구.” 이 시어머니 역시 자기 관점으로만 며느리를 보고 있다. 어른이 (시어머니) 전화하기 전에 전화하지 않는 며느리는 싸가지가 없는 며느리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듯하다. 시어머니는 자신이 먼저 전화하는 것에 부예가 나는 모양이다.

사람들은 요즘처럼 흔하게 사용하는 전화를 먼저 하지 않을 수도 있는 복합적인 무엇인가가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다. 며느리가 아프거나, 바쁘거나, 시어머니와의 관계가 좋지 않거나, 또는 자신의 가족 문제로 시어머니에게 전화하기가 민망한 상황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토의하지 않는 점은 지양해야 한다.

또, 초대손님들이 각자 경험만 이야기 하다보니 100 퍼센트 자기 생각만 옳다는 식으로 비춰지고, 모두의 생각이 한쪽 방향으로만 흐르고 있다는 점을 경계하지 않고 있다. 한 초대손님은 자신이 건강해야만 남편과 아이들을 잘 챙길 수 있기 때문에 이것을 며느리를 보는 첫 번째 조건으로 꼽는다는 말을 하였다. 이 초대손님이 생각하는 건강함은 신체 장애가 있거나 허약하면 며느리가 될 수 없다는, 이미 한국사회에서 나쁜 이미지로 낙인찍힌 사람들을 떠올릴 수 있는 간접 메시지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알아채지 못하고 있다.

이 초대손님은 또 이렇게도 말한다. “왜 예쁘기는, 야리야리한 여자들이 예쁘지만 살다 보면 저처럼 뼈대가 두꺼운 여자가 [건강하고 남편과 애를 잘 키우죠]. . . 아무튼 저는 근육량은 [며느리 조건으로] 보겠습니다” 라고 한다. 이 사람의 눈에는 야리야리한 여자면 모두가 다 예쁘게 보이는 까닭에 그렇지 않은 여자는 다 예쁘지 않다 라고 주장하는 것과 같은 말을 하고 있다.

또, 처음에는 건강한 사람을 며느리로 선택할 것이라고 했다가, 결국 근육량이 많은 여성을 며느리의 조건으로 보겠다는 말로 결론내면서, 건강한 사람은 근육량만 많으면 된다는 이미지를 심어준다. 방청객들과 초대손님들이 모두 박장대소한 이유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했기 때문일까?

또 한 사람은, “아들의 잔소리를 견딜 수 있는 . . . 사람을 며느리로 받아들이겠다고 한다. 역시 오락 쇼에 딱 맞는 이야기로 여러 사람들을 웃기게 만드는 데는 성공했지만, 이 사람 역시 며느리를 독립된 주체로 보지 않고, 시어머니가 원하는 며느리 감을 찾음으로써 결혼의 주체자가 아들이라는 점을 놓치고 있다.

게다가 진행자가 초대손님들의 이야기를 옮기는 과정에서도, 또 다른 초대손님들의 동의를 구하는 과정에서도 편협되고 차별적인 발언이 나온다. ‘듣기 힘든 사람, 근육량이 없는 사람은 누구 집의 며느리가 되기 어렵다?’ 라고 해 여러 사람들이 웃었는데, 모두들 나쁜 뜻으로 말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에 동의해서 웃었다면 다행일 것이다.

또, 연세가 좀 있는 한 초대손님은 “목소리 크고 잘 웃는 여자” 를 며느리의 조건으로 말하면서, “목소리 작은 여자는 딴소리해요. 내숭 떨고. . . 음흉한 짓 해요“ 라고 함으로써 목소리가 작은 많은 여성들을 싸잡아 나쁜 며느리로 몰고 있다. 세상에는 작은 목소리에도 딴소리 하지 않는, 음흉한 짓하지 않는 여성들이 당연히 많이 있을 것이다. 문제는, 대부분의 방청객들이 “오 ~ ”하는 반응을 보냈다는 점인데, 차별적인 시각에 동의해서인지, 그렇지않으면 반대에서 나오는 감탄사를 보낸 것인지 확실하지 않다.

또 다른 나이가 지긋한 초대손님은, “저 – [이쁘게 하기 위해 귀걸이]달고, 저 – 분 바르고 . . .” 라고 한다. 이 초대손님은 며느리가 자기 치장에만 집중해 다른 가족은 신경도 안 쓰고 있다는 식으로 말을 해, 같은 여자로서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입장 차이가 이렇게도 큰 것이구나를 알 수 있다.

그러자, 나이가 지긋한 남자 손님은 “이쁜 여자가 그러면 괜찮은데, 못생긴 여자가 그러면 환장하지.” 라고 맞장구를 쳐 이 쇼에 출연한 사람들 모두 동의라도 하듯 웃고 박수를 쳤다. 이 사람은 여성에 대한 존중심, 사람의 생김새에 대한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 사람 말대로라면, 못생기면 귀걸이도 달지 말아야 하고 분도 바르지 말아야 한다. 어느 누구도 이 말에 제동을 걸지 않았다는 것을 보면, 한국사회가 아직까지 얼마나 여성을 비하하고 있는 지를 잘 보여준다. 물론, 미의 기준이 개인마다 다르고 개인의 자유 의사를 존중한다 하더라도, 세간에 알려져 있는 사람들이 이런 여성 비하성 발언을 서슴없이 한다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다.

캐나다와 다르게, 한국 사회는 다양성을 존중하는 교육이 되어 있지 않다. 1990년대나 2000년대나 2020년이 다 되어가는 오늘에도 여성을 바라보는 관점이 변함없이 늘 그 자리에 머물러 있다. 초대손님들의 이야기가 마치 만인들의 이야기인양 비춰진 점, 이 쇼가 시청자들에게 편향된 시각을 조장한 점은 되짚어 보아야 할 문제이다. 소제목조차도 “며느리의 조건” 이라고 달아서 마치 며느리가 무슨 물건으로 계약되는 것 같이 느껴지게 만든 점도 수정되어야 한다.

며느리는 그냥 시어머니와 같은 사람이고, 다른 가정에서 자란 여성이며, 당연히 다른 문화적인 배경을 가졌을 것이고, 연륜, 지식, 또는 세대가 달라 다른 문화와 가치관 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을 부각시켜야 한다. 또, 며느리를 내 아들의 아내, 즉 ‘나 [시어머니] 의 며느리로 볼 것이 아니라, 한 성인 (아들) 의 결혼 대상자 (며느리)인 성인으로 며느리를 보아야 할 것이다.

그나마 다행히도, “허벅지 굵고, 마음이 건강한 여자면 무조건 오케이” 라는 한 초대손님의 말에 “선생님, 아들에게 물어보셨어요?” 라고 질문을 던진 초대손님이 있었다. 아마도 이 초대손님은, 아들의 결혼이 시어머니의 선호 이미지와 상관없이, 결혼하게 될 당사자들의 몫이라는 것을, 그래서 그들 스스로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을 것이다. 또, 다른 한 초대손님도 “아마 예비 며느리들이 이 마담들 (고정출연 여성 초대손님) 보면 다 도망갈 거에요.”라는 말로 재치있는 일침을 놓았다.

(도은경: 소셜워커. 2017년 매니토바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 석사졸업. Aging전공. 석사논문: 캐나다 한국 여성들의 시부모 부양에 관한 생생한 경험과 효도 (English Title: Filial Piety Obligations and the Lived Experience of Korean Female Caregivers of Aging Parents-in-Law in Canada). HIGH5S Counseling Hub 운영. 2014년부터 캐나다 연방정부 그랜트로 시니어 그룹 및 The Diversity Times 발행인 (송원재)과 파트너쉽으로 연간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는 중)

노후의 삶을 지켜줄 연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