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ne: 침묵하는 의식

작은 꽃 봉오리 하나 피우지 못한 지난 겨울.

소리조차 삼켜버린 그 투명한 기억이 빠르게 흘러왔다.

버리고 간 시간과 가져간 시간이 뒤엉킨 계절,

한 치의 주저함 없이 나는 침묵했다.

이글거리는 차가운 태양이 꽁꽁 언 벌판을 맨손으로 직접 만질 때마다

시간은 어김없이 빠르게 곤두박질치곤 잔잔한 황금 비늘을 털어내곤 했다.

밤이다.

밤은 기억을 향하고,

한 뼘의 잘 자라야 할 잔디 새로 젖은 어둠이 태연스레 고요하다.

침묵보다 무거운 고요함, 어둠보다 무서운 침묵.

부러진 가지, 굳어버린 늙은 나무에 달빛이 쏟아진다.

노랗다, 물이 든다.

겨우내 숨 죽은 것들에 따스한 입김이 닿자마자 소녀의 웃음을 보인다.

무수한 기억을 안고 힘겹게 팔 벌려선 미루나무도 이제는 새를 부른다.

숨 가쁘게 거칠고 짙은 입김 뿜어내던 익숙한 건물들도 가볍고 하얀 숨을 내쉰다.

밤이다.

그림자가 까맣게 모이는 밤, 쉽게 잠이 오지 않는 하얀 밤이다.

그림자들은 왜 밤마다 모여 있는 걸까?

벽으로부터 줄 선 긴 그림자를,

그림자보다 짧은 불을 켠 자동차가 서둘러 지나간다.

순식간에 그림자 하나가 비명을 질렀다.

가늘고 거친 타이어 소리가 훌쩍거리며 사라졌다.

반짝.

실내등 하나가 꺼졌다.

누군가의 의식 하나가 사라졌다.

꺼진 의식이 침묵한다.

May: 다 다르다, 잘 모른다. (그래서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