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ne: 노인들의 외로움, 남의 일이 아니다.

최근 한국을 방문하고 나서 느낀 점은 연로한 시부모님과 친정 엄마가 자식을 무척 그리워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시댁이나 친정이나 어른들 모두 자주 편찮으신 데다가 언제 세상을 떠날 지 모른다는 막연한 심적 부담감 때문인지 어른들은 자식들이 – 특히, 먼 곳에 있는 우리가 – 늘 옆에 있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다는 것을 엿볼 수 있었다.

아무래도 지리적 여건상 자주 가 뵙기 어렵다는 사실에 죄송한 마음을 더 두었던 나와는 반대로, 시부모님과 친정 엄마는 앞으로 서로 볼 수 있는 날이 한정적이어서 한번이라도 더 볼 수 있는 날이 언제인가 고민하는 눈치가 역력했다. 그런 와중에, 함께 밥을 먹고, 잠을 자며, 시장을 보거나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함께 보낸 것은 서로에게 약간의 위안이 되었고, 이런 활동이야말로 노인들에게 더 없이 큰 보약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요즈음처럼 혼자 사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노인들의 고독과 고립 (외로움) 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물론, 혼자 산다고 해서 모두 고독하거나 고립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경제적으로 여유있는 사람들은 혼자 살면서 개인의 자유를 만끽하거나, 여유롭게 혼자 만의 시간을 즐기거나, 또는 스스로 침묵의 시간을 마련하거나, 사적인 삶을 즐기는 노인들도 많이 있다. 이들은 공간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여러 사람들과 거리를 둠으로써 자신들의 삶에 더 충만하고, 이로써 삶의 질에 대한 성취감을 느낀다.

이와는 반대로, 생전의 노인들이 겪는 외로움이 죽음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한국이나 일본의 매스컴에 종종 등장하는 고독사에 대한 뉴스는 눈부신 경제발전 속에서 우리 사회가 책임지지 못해 일어나는 아이러니이다. 대부분 가족이나 일가 친척의 무관심으로 방치되는 노인들이 주변의 도움도 받지 못한 채 쓸쓸히 홀로 죽음을 맞이하고, 심지어는 죽은 지 몇 달이나 지나서 발견되는 일은 안까타움을 금치 못한다. 사회가 제도를 개선하고 각 구성원들은 각자 자신들의 위치에서 한번 더 안부를 묻고, 서로 연락하며 지내면 충분히 이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2011년 영국에서는 Age UK Oxfordshire, Consel and Care, WRVS, Independent Age가 노인들의 외로움을 줄여보자는 취지로 Calouste Gulbenkian Foundation의 기금을 얻어 캠페인을 벌였다. 이것을 영국 국영방송 BBC가 보도한 바 있는데 그 보도 자료에 의하면, 거의 10명 가운데 1명의 노인이 “아주 심각한 외로움” 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 노인들한테서 나타난 공중보건상의 이슈는 바로 신체적으로 건강 상태가 나쁜 것이었다.

노인들이 고독하게 혼자 사는 경우의 문제점은 형편없는 식사, 활동량 부족, 가족이나 친구들과의 관계 약화 및 단절, 우울증을 앓는 것이다. 고독과 고립으로 인해 가족이나 사회 (친구, 친지, 이웃) 와의 연결고리가 끊어지면, 이것은 정신건강 약화를 불러 우울증이 생기도록 만들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과음을 하거나 열악한 식사나 영양이 전혀 없는 식사를 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되기 쉽다.

캠페인을 실시했던 기관들은 고독과 고립이 사회적인 연결 고리가 끊어진 외로운 노인들의 면역체계와 심장혈관계 질환이 더 나빠지도록 하는데 일조했다고 전하면서, 사회와의 상호작용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알츠하이머의 질병이 생길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영국에서는 75세 이상에서 절반 이상의 사람들이 혼자 사는데, 그 10명 가운데 1명이 “심각한 외로움”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이 사회적인 상호작용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말해주고 있다.

BBC NEWS의 마크 이스튼 홈 편집인은 2018년 2월 11자 보도에서, 도널드 트럼프나 테레사 메이, 힐러리 클린턴처럼 유명한 사람들이 소셜 네트워크 상에서 아무리 많은 팔로우어를 거닐고 있다해도 이것은 절대로 우리가 원하는 것과 같은 관계 연결이 되어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는 페이스북의 팔로우어가 지척에 있는 친구처럼 커피를 마시거나, 수다를 떨지 않기 때문에 진정한 친구가 아니라고 단정한다.

그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를 “고독의 시대” 라 부르면서, 그 이유로 영국의 모든 가구의 4분의 1 이상이 혼자 사는 세대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것은 약 7.7 밀리언의 사람들이 혼자 살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또, 45세에서 64세 사이의 거의 2.5 밀리언의 인구가 혼자 살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혼자 사는 이유가 많은 이유는, 배우자가 일찍 떠나거나, 혹은 아이들이 성장하여 부모를 떠난 뒤 혼자 집에 남아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혼자 사는 세대는 갈 수록 늘어갈 것이고, 이렇게 고독을 느끼는 세대들도 늘어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국에서 전래되는 정서는 부모와 자식이 함께 살거나 가까이 사는 것이기 때문에, 나에게 있어 시부모님과 친정 엄마의 외로움에 대한 하소연은 나와는 별개의 것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근대화와 더불어 시작된 핵가족의 구성이 점점 더 심화되는 요즈음 외로움을 줄일 수 있는 근본 대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가족과의 연결고리, 즉 서로 연락하고 잘 살고 있는 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아프고 슬플 때 가족으로부터 받는 위로는 어느 것으로도 위로 받을 수 없는 엄청난 효력을 발휘한다. 평소 친구, 이웃들과 더 좋은 관계를 만들어가는 노력을 해야 하며, 전화 한번 더 하고, 시간 내어 더 자주 만나 시간을 함께 보내는 일이 필요하다. 또, 주변 사람들에게도 관심을 쏟아 외롭게 쓸쓸히 죽어가는 사람이 없도록 늘 살펴보아야 한다. 내 부모는 아니라 하더라도 사회구성원으로서, 이 사회를 사는 한 사람으로서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방문 중에 시어머니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너도 이제 아플 나이가 되었구나. 지금까지 바쁘게 살다 이제 손자들 커가는 기쁨에 좀 마음도 몸도 편해지려나 했는데 날마다 아픈 데만 늘어간다. 큰 애 결혼시킬 때만 해도 네가 너무 젊었는데, 이제 우리 같이 늙어가는 나이가 되다니 믿기 어렵다. 손자들 큰 걸 보면 우린 이미 저 세상으로 갔어야 마땅한데 그것도 마음대로 안 되고 . . . 어쨌거나, 우리는 자식 신세 안 지려고 하니 너무 걱정 말아라. 아프지 말고, 뭐니뭐니 해도 건강해야 서로 연락하고 살지 . . . “

그동안 수 십 번의 전화로도 다 말하지 못했던 듯 시어머니의 독백은 계속되었고, 이렇게라도 잠시 이야기를 듣는 동안, 시어머니는 시어머니대로 그간의 쓸쓸했던 마음을 내려놓는 기회가 되었고, 나는 나대로 자식을 가까이에서 원하는 만큼 자주 볼 수 없는 시부모의 심정을 좀 더 헤아려보는 기회가 되었다. 노인들에게 있어 외로움은 마음의 큰 병이지만, 자식들이 하기에 따라서는 자식이 세상에 둘도 없는 만병통치약이 될 수 있다.

(도은경: 소셜워커. 2017년 3월 매니토바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 석사과정 졸업. 석사논문: 캐나다 한국여성들의 시부모 부양에 관한 생생한 경험과 효도 (English title: Filial Piety Obligations and the Lived Experience of Korean Female Caregivers of Aging Parents-in-Law in Canada). 현재, HIGH 5S Counseling Hub 대표, 카운슬러. 이민자 가족 및 노인들의 삶의 이슈 상담(204-807-0908). Canadian Association on Gerontology 정회원, WRHA 스테프, 본지에 Senior’s Power와 Immigrant Family & Life 글 기고. 캐나다 연방정부후원- 2014년도부터 나이드신 분들과 공동으로 프로젝트 진행. 2004년 이민부터 “자원봉사는 또 다른 인격” 믿음을 실행중)

April: 봄은 움직이기 좋은 계절, 밖으로 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