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에 할 수 있는 일

5월 15일은 유엔이 지정한 가정의 날이고, 캐나다에서는 5월 둘째 주 일요일을 Mother’s Day로 정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5월 5일은 어린이날, 8일은 어버이날, 15일은 스승의 날로 가까운 사람들이 생각나는 날들이 있다. 날짜를 기리는 것 만으로 가정의 소중함이 전해질 리 만무하지만, 모두가 바쁜 시절에 이렇게 정해진 하루 만이라도 그동안 소홀했던 가정에 대해서, 또는 식구들과 서로 연락이라도 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면 아무일 없듯 지나가는 것보다는 훨씬 나을 것이다. 가정의 달이 얼마나 제 기능을 하고 있을 지에 대한 의문을 잠시 미뤄두고, 5월 한 달 만이라도 가정과 가족의 소중함과 가정의 행복을 위한 필수요소를 생각해 보고 스스로 반성하는 기회로 삼으면 좋을 것이다.

가족의 구성 형태는 과거에 비해 많이 달라졌다. 과거처럼 남녀 결혼부부 한쌍에 자식 2명이라는 기준이 거의 사라져가고 있고, 남자든 여자든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가구가 점차 늘고 있으며, 결혼했더라도 남자 또는 여자 배우자와 일찍 헤어지거나 사별하여 혼자 사는 경우도 흔하다. 이성끼리의 결혼관도 많이 바뀌어 동성끼리 구성된 가족이 있는가 하면, 보기 드물기는 하지만 여전히 조부모, 부모, 자식, 그리고 그 밑에 자식까지 함께 사는 가정도 더러 있다.

가족 구성원의 형태가 어떻게 변했든, 가정은 누구에게나 필요한 것이며, 개인이 어디에서 왔는 지를 알 수 있는 원천이다. 가정은 기본적으로 모든 인간들에게 필수적인 안식을 제공하고, 사회로 나아가도록 하는 사회의 최소 구성단위이며, 가족과 함께 소속감을 갖도록, 또, 건강하고 안정된 마음을 가지도록 정서적인 충전을 해 주는 역할도 한다. 그래서, 많은 이들은 누군가의 집을 방문할 때, 집이라는 물리적인 것 안에 존재하는 가정이 얼마나 따뜻한 지, 또는 차가운 지를 느낄 수 있다. 가정은 가족들이 동고동락하는 장소이며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방패삼아 사회 활동을 잘 할 수 있게 돕는 기능도 한다. 그러므로, 아무리 좋은 집을 가졌다고 해도 가정이 온전치 못하면 보기 좋은 허울에 지나지 않는다.

오늘날 가정과 관련된 문제는 아주 복잡하다. 미시적으로는 가족내 갈등이 있을 수 있고, 거시적으로는 사회적으로 늘 문제가 되고 있는 빈곤을 예로 들 수 있다. 1997년 영국 정부 (Office of the Deputy Prime Minister) 는 The Social Exclusion Unit 라는 부서를 만들어 사회적인 소외를 초래하는 빈곤에 대해 연구한 바 있다. 여러 사회기관의 협조로 실시되었던 이 조사에서 밝혀진 것은 사회적인 소외가 일어나는 이유에는 저소득 생계형 빈곤에서 오는 소외, 노동시장에서의 소외, 부대비용이나 재정 등 사회서비스로부터의 소외, 사람들로부터의 정서적인 소외, 지원부족에서 오는 소외 등이 있었다

다섯가지의 영역에 초점이 맞춰져 실시된 이 연구에서는, 모두 29개의 보고가 있었는데 그 가운데에서 밝혀진 여러가지 사실은 가정내에서 가족들이 서로 어떻게 도와주어야 하는 지를 잘 함축하고 있다. 예를 들어서, 엉국에서는 16살 이하의 십대들 9명 가운데 1명이 매년 가출하고 (2002년 11월 조사 보고) 있고, 영국이 유럽에서 십대 출산율이 가장 높은 곳 (1999년 조사 보고) 으로 조사되었으며, 1996/1997년에는 약 13,000명의 십대들이 학교에서 영원히 쫓겨난 (1998년 조사 보고) 것으로 보고되었다고 한다.

이 조사 보고를 통해 보면, 가정이 어떤 기능을 가져야 이런 문제 행동이 덜 발생할 수 있을 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또, 사람들로부터의 정서적인 소외가 십대들에게 끼치는 영향이 무척 크다는 사실도 함께 알 수 있다. 아마, 가장 가깝게 있는 가족들로부터의 소외가 아주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기도 하다.

가출을 한다는 것은 대부분 가정이라는 울타리에서 보호받지 못했을 때, 그리고 부모와 형제들과의 갈등에서 제대로 위로를 받지 못하거나, 도움을 받지 못했을 때 일어난다. 이 연구에서 밝혀진대로, 문제 행동을 보인 십대들은 아예 길거리로 나 앉거나, 일정한 거처없이 여기저기 옮겨 다니거나, 일부는 매춘 행위에 발을 들여놓거나, 그렇지 않으면 강도가 되는 등 범죄에 연루되었다고 한다.

십대들이 이렇게 나쁜 길로 접어들게 된 원인을 추정해보면, 이들은 기본적으로 가족끼리 가지는 소속감을 전혀 가지지 못하거나, 가졌다고 해도 아주 약하고, 또, 필요할 때 가정으로부터의 도움이나 지원을 못받은 채 지속적으로 심한 갈등을 겪었을 때 일어날 것이다. 가족은 가장 기본적인 지원을 제공하는 사람들로 서로가 필요할 때 의지가 되면서 제 때에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가정 내에서 유지되고 있는 가족끼리의 항상성에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또, 일반적으로, 문제 행동을 하는 데는 원인 제공자가 있게 마련이다. 예를 들면, 아이가 가정에 안주하지 못하고 늘 밖으로 겉도는 것을 걱정한 부모가 아무 생각없이 “너는 도대체 뭘 하고 쏘다니냐?” 라고 한마디 했을, 그 아이는 평소에 가졌던 부정적인 것들을 마음 속에 담고 있다가 부모의 기대와는 다른 반응을 보이게 된다. 아이는 “내가 뭘 하든 말든 무슨 상관이야. 언제부터 그렇게 신경을 썼다고” 라며 부모의 근심을 간섭으로 받는다. 이런 식의 일방적이고 끊어지는 부모와 자식 간의 화법은 감정에 사로잡힌 결말이 거의 예정되어 있기 일쑤다.

십대들이 문제 행동을 보이는 배후에는 각 가정마다 가지고 있는 기능이 제대로 유지되지 않을 때 일어난다. 가정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가족 구성원 간의 신뢰와 단합이 시간, 돈, 가치관, 가족의 역할, 대화 등의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 균형이 깨지거나, 서로를 이해하는 방식이 공유되지 못하면 아이가 문제를 일으키는 단초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사회로부터 받을 수 없는 그 가정 고유의 따뜻함을 제공하지 못하면서, 아이가 자주 밤 늦게 쏘다니는 행위에만 초점을 맞춘 부모가 일방적으로 나무라면 아이의 울타리는 사라지고 이것이 반복되면 문제 행동을 일으키는 것이다.

이 연구조사의 결론만 보아도 가정의 달에 부모나 식구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 지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가정의 달을 맞이하여, 각 가정은 외부의 어려움으로부터 서로를 감싸주고, 잘못을 용서해 주며, 서로에게 의지가 되도록 하는 법을 배워야 할 것이다. 각 가정 고유의 기능이 상실되지 않고, 꾸준히 지켜지도록 하는 일도 필요하다. 집 속에 숨어있는 보배는 바로 가정의 따뜻한 보금자리이다. (Olivia D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