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음식갖고 놀리나?

BY OLIVIA DO

이민 초기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아이들 도시락을 싸야 하는데 캐나다 음식 문화에 문외한이었던 나는 한국에서 늘 하던대로 아침마다 한국음식으로 아이들 도시락을 쌌다. 처음 몇 번은 아무 말도 하지 않던 아이들이 언젠가부터 한국 음식을 싸주면 안 가져 가겠다고 떼를 썼다. 이유를 묻자 아이들은 “그냥” 하며 어물쩡 넘기려 했지만, 또 다시 물어보자, “나도 캐나다 음식을 싸 가고 싶어.” 라며 말문을 열었다. 나는 애들에게 이유를 말해야만 캐나다 음식을 가져 갈 수 있다고 말했고, 애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있다.

마침 그 날은 애들이 도시락 반찬으로 잔멸치볶음을 가져간 날이었다. 딸이 말했다. “내가 도시락을 먹으려고 뚜껑을 열었는데, 애들이 막 몰려 들었어. 그리고, 어떤 애들은 코를 막으면서 ‘Eww (발음: 이이유우: 역겹다고 말할 때 쓰는 의성어)라고 하잖아. 내가 “이거 맛있는 반찬이야” 하니까, 어떤 애들이 “야, 너네 나라에서는 이런 걸 반찬으로 먹냐?” 라고 했다고 아이가 분에 차서 말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엄마 때문에 창피해 죽겠어. 나 앞으로는 한국 반찬 절대 안 가지고 갈거야. 또 주면 안 먹고 굶을 거야.”했다. 딸아이는 그때 초등학교 1학년이었다. 그러자, 초등학교 5학년인 아들이 슬쩍 한마디 거들었다. “엄마, 김치 갖고 가면 냄새가 너무 많이 나서 나도 싫어.” 늘 젊잖한 아들은 나서지 않고 있다가 딸 아이를 슬쩍 거들었다. 그날, 딸과 아들은 한국음식을 절대 싸주지 말라며 압박을 넣었다.

나는 아이들이 선생님한테 말하지 말라는 만류에도 불구하고 담임교사를 찾아갔다. 아이가 학교 점심시간 중에 겪은 이야기를 전하면서 온 가족이 이 일로 무척 속이 상해있다고 말했다. 그 때 내가 얼마나 아이들의 느낌을 잘 전달했는 지는 잘 모르겠지만, 다양한 민족이 사는 캐나다이므로, 학교 아이들에게 여러나라의 민족 음식이 다 다르다는 것에 대해 교육을 해주길 원한다고 요청했다. 그 때, 담임 교사도 내 얘기는 당연한 것이며, 학교에서도 그런 교육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아이들이 충분히 이해를 잘 못했을 수도 있으니 다시 잘 지도하겠다고 대답했다.

나는 추가로 한국의 김치 문화에 대해 이야기하며 한국인이 아닌 다른 사람들이 한국의 김치 냄새를 싫어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이해한다고 덧붙였다. 그렇지만, 캐나다인들도 냄새나는 치이즈를 먹지 않냐고 반문하며, 한국인의 대표음식을 학교 어디에서든 먹을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속이 상해 물었다. 담임교사는 또 한 번 알겠다면서, 반 아이들과 이야기할테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위로까지 해주었다. 그래서 그 일은 그렇게 마무리되었고, 나는 애들 말대로 샌드위치를 싸 주거나 – 사실, 애들 시키는대로 만들어주었다 – 최대한 캐나다인들이 먹는 그런 음식을 싸주려고 노력했다. 만의 하나 아이들이 다시 입을 정신적인 피해를 고려해서였다.

사실 그 때 나는 담임교사에게 그렇게 이야기는 했지만, 훗날 캐나다에 살면서 생각해보니, 딸 친구들의 반응이 전혀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아니었다. 머리로만 듣고 배운 것이 과연 얼마나 실효가 있었겠는가? 그것도 어린아이들에게 말이다. 어린 아이들이 멸치를 보고 나서 자연적으로 나오는 반응을 못하게 가르친다는 일이 어디 쉽겠는가? 그 아이들의 입장에서 보면, 그들은 바다가 없는 평원에서 살았으므로 한국처럼 작은 생선이나 멸치를 본 적이 없었을 것이다.

상대적으로, 한 번도 보지 못했던 그 잔멸치를 본 아이들의 충격은 또 얼마나 컸겠는가? 한 예로, 한국에서도, 부모를 통해 일찌감치 김치를 먹을 줄 아는 아이로 성장하는 어린 아기가 있는 가 하면, 아예 김치를 먹지도 못하는 아이로 자란 아이들도 많이 있지 않는가? 모르긴 해도, 내가 이전에 어떤 한 T. V. 프로그램에서 보았던, 아프리카 사람들이 단백질을 보충하기 위해 흰구더기 애벌레를 잎파리에 싸서 구워먹는 모습에서 느꼈던 것과 같은 이상한 그 느낌을 ‘딸의 반 아이들이 느꼈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렇더라도 다시 고려해보아야 하는 것은, 어릴 때부터 다른 나라의 문화에 대해 가르치면 – 물론 실제로 김치를 먹어보면 더 좋은 교육 효과가 나겠지만 – 어린아이들이 다양한 문화를 훨씬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담임교사가 말했던 것처럼, 아마 딸의 학교에서도 먹는 사람에 따라, 또 어느 나라에서 왔는가에 따라 음식 문화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쳤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딸에게 그런 일이 발생한 것을 보면 아무래도 학교 교육이 좀 부족했던 것 같다.

만약 각 나라 음식을 한 자리에 모아놓고 서로 돌아가며 맛보면서 어떤 재료들이 쓰였는지 이야기 한다면 피부색이 다른 친구들이 원래 어느 나라에서 왔는 지 등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일년 가운데 두 어번 정도 이렇게 다문화와 다양성에 대해 가르치는 일이 현실적으로도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므로 학교에서 이런 방법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모델이 될 것이다.

캐나다에서 살면 살 수록 다양성에 대한 이야기가 생활 속에 그대로 배어 있음을 늘 실감하곤 한다. 그렇지만, 캐나다에 정착하자마자 처음으로 느꼈던 이 안 좋은 기억은, 딸이 한국 음식을 멀리 하도록 만드는 결정적인 요인이 되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그동안 한국음식 냄새가 싫다고 했던 딸이 성인으로 자라 세상을 이해하는 나이가 되고 다양한 문화를 익히면서부터는 오히려 한국 음식을 찾고 있다. 교육의 소중함을 새삼 돌아보게 하는 일화이다. (도은경: 소셜워커, HIGH5S COUNSELING HUB 오픈, 이민가족 및 노인 상담, high5scounseling@outlo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