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bruary: 바위처럼 살자

강래경

트루먼은 보험회사 직원이고 결혼을 했다. 평범해 보이지만 그는 24시간 생방송 되는 쇼의 주인공으로 시청자들은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TV로 보고 있다. 트루먼의 주변 사람들은 모두 배우이고, 살고 있는 도시도 거대한 세트다. 다만 그는 이 사실을 모른 채 30세까지 가짜 인생을 살아왔다.

그는 어린 시절 아빠가 익사하는 것을 보았기 때문에 물을 무서워했고, 그래서 도시 밖으로는 나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아니 그렇게 생각하도록 조작했다. 그런데 죽은 아버지가 낯선 사람들에게 끌려가는 모습을 보게 되고, 아내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자꾸 반복하자 이상하다고 느끼기 시작한다. 마침내 자기 삶이 누군가에 의해 조작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탈출을 감행한다.

짐 캐리가 주연을 맡은 영화 ‘트루먼쇼’(98년)다. 특히 컴컴한 문밖으로 걸어나가는 마지막 장면은 불안한 미래지만 자신의 삶을 살겠다는 결연함 같아서 꽤나 인상 깊었다. 그리고 몰래 카메라처럼 한 순간이 아니라 한 인간의 삶 전체를 속인다는 상상력 자체가 놀랍기만 했다.

그런데 지금 우리의 삶도 따지고 보면 트루먼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자기의지대로 사는 것 같지만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해 SNS에 사진을 올린다. 근거도 불확실한 가짜 뉴스에 분노하고 때론 공포를 느끼기도 한다. 거대 자본이 스크린을 장악해버려 보고 싶은 영화를 보는 것이 아니라 보라는 영화를 보기도 한다.

올 들어 비트코인 광풍이 불면서 누구는 2시간만에 30억을 벌었고, 8만원으로 시작해 몇 십억을 벌었다고 한다. 그 숫자가 극소수인데도 자신만 바보 같은 생각이 든다. 강남의 집값은 대책을 비웃 듯 속절없이 오르기만 한다. 그럴수록 노동에 대한 믿음은 깨져버리고 만다.

<탈감정 사회>의 저자 스테판 메스트로비치는 “현대인은 자발적인 감정으로 살기 보다 대중들에 의해 형성된 여론을 숙지하고, 거기에 어울리는 감정으로 반응한다”고 했다. 실제 자기 감정이 그렇지 않더라도 대중의 감정을 흉내내면서 그것이 자기 것인 양 산다는 것이다.

우리는 자신이 살고 싶은 세상을 사는 것일까, 아니면 세상 사람들에 맞춰 살려고 급급한 것일까? 남들에게 행복하게 보이는 것보다 스스로 행복한 것이 더 중요하다면 조바심 내지 말고 세찬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바위처럼 살자.

(❚ 강래경 대표: WeCan Talent Management, 고려대-이화여대 평생교육원 코칭 강사, People Skill에 대한 연구와 강의에서는 한국 최고. 주요저서로는 아내 밖에 없다. 인간관계, 교섭력, 지금 강의하러 가십니까? 외에도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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